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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생삼겹], 관악구 신림동, 삼겹살과 미나리(180g/13000원)

심하게 만족스러운 고깃집을 발견했다. '삼겹살에 미나리' 컨셉은 최근 크게 유명해져서(근거가 있는 인기다. 삼겹살 특유의 기름맛과 누린내를 잡아주는데 미나리는 특효다) 특별할 것이 없지만, 이 집은 고기까지 '개념'이 잘 갖춰져있다. 우리나라 고기 구이의 큰 문제가 '커팅'에 있다. 종류와 부위를 불문하고 얇게 썰어서 육즙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애초에 앗아가기 때문이다. 스테이크가 맛있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두껍게 썰었기 때문에 질감의 대조를 맛볼 수 있고 폭삭 익어버리지 않은 고기의 육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얇게 썰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고기집도 스테이크와 같은 맛을 낼 수 있다. 숯불이라는 좋은 열원까지 제공해주는 상황에서 약간의 기술만 있다면 안될 것이 없다. 사진에서처럼 이..

[조선의 당쟁과 국왕]

"왜 조선의 당파는 근대 정당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영국의 당파는 근대 정당으로 발전했을까?"는 질문을 중심에 놓고 있지만, 나는 이 문제제기 자체가 다소 핀트가 어긋난 것이라고본다. 동아시아의 근대란 어떤 영역의 문제든, 내부적 요인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파나 정당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신, 본문에도 나오는 '타협정치'라는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다. '왜 조선의 당파는 매양 서로에 대한 살육으로 끝나는 당쟁을 멈출 수 없었으며, 영국의 당파는 그렇지 않았는가.' 기사에서는 두 가지 답을 내놓는데, 나도 수긍한다. 1) 의회가 있었던 영국에서는 당파가 대중을 설득하는데 애써야 했다(조선에서는 그런 무지랭이들은 신경쓰지 않아도 좋았다) 2) 조선의 당쟁은 군자-소인론..

단상斷想 2020.08.06

[주식과 부동산이 같은 '투자'라고 주장한다면]

부동산이고 주식이고 매한가지 '투자'인데 나의 탁월한 안목으로 올린 수익을 무슨 근거로 강탈해 가냐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두 경우는 아주 크게 다르다. 내가 주식에 넣은 돈은 회사의 자본금이 된다. 회사는 주주들이 넣은 돈을 가지고 사업을 굴려서 그 성패를 통해 시장에서 평가받는다. 주주의 이익은 회사의 성패와 직결되어 있다. 중고등학교 경제 교과서만 펼쳐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내용. 아무튼 요지는 (개미 입장에서 참으로 민망스럽기는 하지만) 회사의 발전에 투자자는 기여한 바가 있다는 것. 그래서 떡고물을 요구할 모양새가 나온다는 것. 그런데, 집 값이 올라간 와중에 투자자(집주인)는 무슨 기여를 했는지? "내가 열심히 집을 쓸고 닦고 관리했더니 1~2억씩 집 값이 오르더라"고 주장할 이는 없다고 ..

단상斷想 2020.08.05

[조선왕조실록], 박시백 (총 20권)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2724560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세트 (특별 한정판) - 전20권 조선사가 지식인 문화에 머물고 대중들에게는 아직 생소했던 시절, 조선사로 가는 길목을 시원하게 열어준 책 이 있었다. 이번 특별 한정판은 합리적 가격, 손에 잡히는 www.aladin.co.kr 20권 세트에 99,000원. 망설일 이유가 있겠는가. 이 책은 본인 뿐만이 아니라 2세에게 물려준다는 생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마 외세에 의해 뚜까맞지 않았다면 2020년인 현재에도 계속 당쟁하고, 역모사건을 파헤치고, 정신나간 왕들의 무자비한 일들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수행修行 2020.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