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나 성묘를 비롯한 조선의 조상숭배 문화에 관한 역사적 서술을 읽다보면, 오늘날 기업의 '주주총회'와 유사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보게 된다. 제사의 구성원들은 기본적으로 가산 상속에 권한이 있는 자들로 한정된다. 이들은 모여서 혈통(lineage)이 부여한 고유한 권리를 확인하고, 자신의 몫을 확보하며, 의사결정권의 크기에 따라 집안의 대소사에 참여한다. 이들이 '순수하게' 조상에 대한 그리움이나 공경심만으로 와글와글 모여서 막대한 자원을 들여 저렇게 복잡다난한 의례를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따라서 오늘날 가장 쓸데없고, 예의 '전통'과도 무관한 일은 가산 상속의 여지가 전혀 없는 한미한(각자도생해야할 뿐인) 집안 구성원들끼리 모여서 홍동백서니 조율이시니 하며 얼굴을 붉히고 산소나 제사상에 그나마 남아있던 가산을 쏟아붓는 일이 아닐까?
*집안 여성들의 노동력을 착취해야지만 원활하게 제사를 치러낼 수 있다면, 이런 집안 또한 '전통'의 반열에 들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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