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고 주식이고 매한가지 '투자'인데 나의 탁월한 안목으로 올린 수익을 무슨 근거로 강탈해 가냐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두 경우는 아주 크게 다르다.

내가 주식에 넣은 돈은 회사의 자본금이 된다. 회사는 주주들이 넣은 돈을 가지고 사업을 굴려서 그 성패를 통해 시장에서 평가받는다. 주주의 이익은 회사의 성패와 직결되어 있다. 중고등학교 경제 교과서만 펼쳐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내용. 아무튼 요지는 (개미 입장에서 참으로 민망스럽기는 하지만) 회사의 발전에 투자자는 기여한 바가 있다는 것. 그래서 떡고물을 요구할 모양새가 나온다는 것.

그런데, 집 값이 올라간 와중에 투자자(집주인)는 무슨 기여를 했는지? "내가 열심히 집을 쓸고 닦고 관리했더니 1~2억씩 집 값이 오르더라"고 주장할 이는 없다고 본다. 그 마법 같은 가치 상승의 상당한 기여는 국가가 한다. '나의 탁월한 안목'으로 집을 골라 살고 있었더니, 도로가 놓이고 학교가 들어오고 지하철이 뚫려서 집 값이 오른다. 울분에 차서 조세 저항까지 생각하고 있는 분들을 설득할 합리적인 대응이 떠오른다.

'자본주의적 마인드'로다가 접근하려는 비싼 집 주인들에게는 정부도 똑같이 '자본주의적 마인드'로 대응해주면 어떨까. 지하철이든, 학교든, 도로든 공적인 재원을 투입해 그 분의 집 값을 올리는데 기여한 요인이 있다면, 집을 팔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만 분담하게 하는 것이다. 공사비도 분담시키고, 유지비도 분담시키자. 세금에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어도, 이러한 명목이라면 기꺼이 내주시겠지. '자본주의적인 마인드'로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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