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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들뢰즈는 어딘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져다가 이렇게 비틀어본다.

 

  "언젠가 세상은 인스타가 될 것이다."

 

  사실 말을 맞추기 위해서 저렇게 쓴 것일 뿐, 이미 세상은 인스타가 되었다. 특히 이른바 맛집 세상은 인스타의 횡행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가득하다. 이들을 대표할 수 있는 키워드는 '무분별'이다. 보여지는 것을 위해 다른 모든 요소를 아랑곳하지 않는 무분별. 20-30대 젊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맛집이 갖춰야 할 기본 요건은 역설적이게도 '맛'이 아니다. 나의 행복하고 풍요로운 순간을 친구들에게 뽐낼 수 있는 '비주얼', 그것만이 필요하다('분위기 맛집'이라는 공감각적 표현은 이 사태를 적절하게 요약하기에 충분한 표현이다) 그리고 세상의 인스타 맛집들은 거기에 응답했고, 위와 같은 피자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불고기 피자와 포테이토 피자를 시키고 물건을 보는 순간 기겁을 했다. 불고기와 포테이토 모두 건드리자 마자 후두두둑 바닥으로 떨어졌다. 불고기와 포테이토는 반찬으로 먹으라는 뜻일까. 그럴 수 밖에 없어서 열심히 포크로 불고기와 감자를 '걷어올렸다'. 치즈의 개입을 받지 못한 토핑은 당연히 건조했고, 연신 콜라를 들이켜서야 간신히 먹을 수 있었다. 토핑을 제외하고 본다면 못 만든 피자라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요소들 간의 '분별'이다.

 

  피자의 경우는 빵이라는 기본적인 정체성 하에 풍부한 치즈를 곁들여 감칠맛을 유도하는 음식이라는 본질(이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피자를 먹거나 만들지 않으면 될 일이다)을 저해하지 않는 가운데 다른 요소들이 다채로움을 구현하는 것이 그 '분별'일 것이다. 특이한 피자를 만들어 보겠다고 토핑을 산처럼 쌓는 것은 '무분별'이다. 그래서 피자집을 고르는 나만의 원칙/노하우랄게 하나 있는데 마르게리따 피자를 팔지 않는 피자집에는 가지 않는 것이다. 도우에 토마토 소스를 바르고 치즈를 뿌려 굽는다. 향신료는 바질하나. 이 날것의 피자를 자신있게 내놓을 수 없는 집은 피자에 마땅한 '분별'을 하고 있지 못하는 집일 가능성이 크다. 

 

 

심하게 만족스러운 고깃집을 발견했다. '삼겹살에 미나리' 컨셉은 최근 크게 유명해져서(근거가 있는 인기다. 삼겹살 특유의 기름맛과 누린내를 잡아주는데 미나리는 특효다) 특별할 것이 없지만, 이 집은 고기까지 '개념'이 잘 갖춰져있다. 우리나라 고기 구이의 큰 문제가 '커팅'에 있다. 종류와 부위를 불문하고 얇게 썰어서 육즙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애초에 앗아가기 때문이다. 스테이크가 맛있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두껍게 썰었기 때문에 질감의 대조를 맛볼 수 있고 폭삭 익어버리지 않은 고기의 육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얇게 썰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고기집도 스테이크와 같은 맛을 낼 수 있다. 숯불이라는 좋은 열원까지 제공해주는 상황에서 약간의 기술만 있다면 안될 것이 없다. 

사진에서처럼 이 집은 충분히 두껍게 내온다. 겉을 충분히 지지는 동시에 내부의 육즙은 그대로 지킬 수 있어서 (게다가 크게 홀이 바쁜 상황이 아니라면 직원이 구워준다) 지금까지 먹었던 돼지고기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고기의 품질 자체도 나무랄 것이 없다. '미나리' 삼겹살이라는 컨셉에도 충실히 복무하고 있다. 요청하면 추가비용 없이 얼마든 더 가져다주고, 종류도 무침과 생채소 두 가지 모두 갖추고 있다. 서비스로는 돼지 껍데기 한 장을 주는데, 요청하지 않으면 가져오지 않는 것 같으니 원하면 꼭 직원에게 상기시켜주도록 하자. 

 

재방문의사 충분히 있다. 거리만 문제가 아니라면, 고기집은 매번 여기로 가고 싶다. 

 

 

이화여대 앞에서 나름 유명한 '화상손만두'의 분점이라고. 저번에 고기튀김을 먹고 감동받은 기억이 있어 다른 메뉴를 더 먹어보았다. 볶음밥, 튀김만두, 가지볶음(사실상 튀김)이 모두 준수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메뉴가 온통 튀김이라 이 기름진 속을 달래줄 메뉴가 전무하다는 것. 공심채 볶음 등의 채소메뉴를 갖춰놓았으면 좋겠다. 

2020년 7월 1일 저녁 방문. 손님이 득시글했다. 이 근방 중화요리집 중에서는 가장 잘되는 듯. 인기 요인은 기본적으로 메뉴들이 맛도 있지만 양을 좀 줄이는 대신 가격을 낮추어 여러 종류 먹어 볼 수 있게 만들어 낸다는 점에 있는 듯 하다. 나는 마라탕만 먹는다. 밥까지시켜 2만원이면 만족스러운 마라 체험을 할 수 있다. 외부 주류 반입은 안된다니 참고, 대만에서 가져온 금문고량주를 가져가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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