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批評/먹은 거

[미나리 생삼겹], 관악구 신림동, 삼겹살과 미나리(180g/13000원)

걷는생각 2020. 8. 11. 00:20

 

 

심하게 만족스러운 고깃집을 발견했다. '삼겹살에 미나리' 컨셉은 최근 크게 유명해져서(근거가 있는 인기다. 삼겹살 특유의 기름맛과 누린내를 잡아주는데 미나리는 특효다) 특별할 것이 없지만, 이 집은 고기까지 '개념'이 잘 갖춰져있다. 우리나라 고기 구이의 큰 문제가 '커팅'에 있다. 종류와 부위를 불문하고 얇게 썰어서 육즙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애초에 앗아가기 때문이다. 스테이크가 맛있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두껍게 썰었기 때문에 질감의 대조를 맛볼 수 있고 폭삭 익어버리지 않은 고기의 육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얇게 썰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고기집도 스테이크와 같은 맛을 낼 수 있다. 숯불이라는 좋은 열원까지 제공해주는 상황에서 약간의 기술만 있다면 안될 것이 없다. 

사진에서처럼 이 집은 충분히 두껍게 내온다. 겉을 충분히 지지는 동시에 내부의 육즙은 그대로 지킬 수 있어서 (게다가 크게 홀이 바쁜 상황이 아니라면 직원이 구워준다) 지금까지 먹었던 돼지고기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고기의 품질 자체도 나무랄 것이 없다. '미나리' 삼겹살이라는 컨셉에도 충실히 복무하고 있다. 요청하면 추가비용 없이 얼마든 더 가져다주고, 종류도 무침과 생채소 두 가지 모두 갖추고 있다. 서비스로는 돼지 껍데기 한 장을 주는데, 요청하지 않으면 가져오지 않는 것 같으니 원하면 꼭 직원에게 상기시켜주도록 하자. 

 

재방문의사 충분히 있다. 거리만 문제가 아니라면, 고기집은 매번 여기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