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열정만으로 모인 친구들과 부둥켜 놀았던 시절을 갖을 수 있다는 것은 인생에 두 번은 찾아오기 어려운 기회이다. 설령 그 꿈을 향한 열정이 맺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나를 즐겁게 하는, 내가 보면서 흥분할 수 있고 빠져들 수 있는 영화를 만드세요. 내가 너무 보고 싶은 영화인데 아무도 안 찍어주니까 내가 만들어버리겠다는 마음으로 해보세요.
 

 
호퍼전 다녀왔다. 나는 한 작가를 테마로 한 전시회만 가는 편이다. 걸작들 위주로 배치된 종합전에서는 보기 힘든 컨텐츠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성장과 고민이 묻어난 습작이나 초기작 등이 그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입시미술학원 가면 줄기차게 그려내는 손그림부터, 인상주의 화풍을 모방하던 습작기 그림, 사진과 같이 자신의 구상을 적어놓은 노트까지.
좋은 스승 및에서 기본기를 닦고, 당대의 지배적인 사조들과 대결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또 그 스타일을 원숙하게 심화시켜나가는 그 일련의 과정은 인간 세상에서 마스터피스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빗겨갈 수 없는 고행길일 것이다. 호퍼 또한 그랬다.

주희에 관한 전기적 사실을 잘 요약했다고 보여 여기에 인용하여 옮겨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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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주자라고 할 때 자는 앞에서 말슴드린 대로 선생이라는 뜻입니다. 본명은 주희, 성이 주이고 희는 諱입니다. 보통 휘로는 부르기를 꺼리기에, 정식으로 부르는 이름으로 字가 있습니다. 주희의 자는 元晦 또는 中晦입니다. 중은 자에 흔히 들어가는 글자로, 차남이라는 뜻입니다. 伯이 장남, 季가 막내이므로, 주희에게 형이 있었다는 말이겠습니다. 주희 자신이 지은 문장을 보면, 모친은 사내아이 셋을 낳았는데, 자신은 막내아들이고, 백과 중 두 형은 일찍 죽었다고 합니다. 

태어난 곳은 현재의  복건성 (福建省)의 중부 산간 지역 우계현 (尤溪縣) 남송 제1대 황제 고조이 다스리던 건염 4년 9월 15일 오시 서력으로는 1130년 10월 18일 낮입니다. 낙엽의 계절이지만 그날 그곳의 기후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죽은 곳은 같은 복건성 북서부 산간 지역 건양현 제 4대 황제 영종 경원 6년 3월 9일 午의 初刻, 서력으로는 1200년 4월 23일 오전입니다. 봄이 깊어질 무렵인데, 그날 그곳에서는 큰 바람이 사납게 불었고 마침내 강이 범람하고 산이 무너졌다고 전합니다. 

알라딘: 뉴스 다이어트 (aladin.co.kr)

 

뉴스 다이어트

정보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뉴스 소비법을 제안한 책이다. 저널리즘의 실패와 뉴스 중독이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깨닫고 뉴스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된 저자의 이야기

www.aladin.co.kr

년초에 마음을 크게 뒤흔드는 책을 만났다. 논지에 따르면 번역서 제목은 적절치 않은데, 다이어트라고 하면 원래 먹던것보다 좀 적게 먹고 조절하라는 뉘앙스로 읽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뉴스를 완전히 추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뉴스 금식'(이렇게 짓고 보니까 번역자의 고민을 알 것도 같다)정도? 뉴스가 전하는 것은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사태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 그와 같은 정보를 접하고 있다는 '착각'에 불과하다. 실험해보고 싶으면 작년에 읽었던 뉴스 중에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기 위해 중요한 근거를 제공했거나, 세상을 보는 관점을 크게 바꾸어 놓았던 뉴스가 있으면 골라보라고 묻는다. 아마 나와 같이, 그런 뉴스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말 공감가는 대목이 있었는데, 뉴스는 우리의 귀중한 집중력과 독해력을 빼앗아 간다는 것이다. 짧은 단신으로 구성되어 있는 뉴스를 이리저리 넘기다 보면 긴 글을 읽고 차분하게 이해하는 회로가 끊어져 버린다는 것. 이건 정말 경험적으로 절실하게 와닿는 문제다. 

만약 하루에 뉴스를 두 시간씩 보는 사람이라면, 뉴스를 완전히 끊는다면 일년 중 한달의 시간을 버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러네. 

 

*특히나, 정파적 이익에만 매몰되어 매일 아침 인지적 폐기물을 발송하는 한국 언론의 뉴스를 받아보느라 인생을 낭비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실천]

뉴스를 일상에서 몰아낸다. 완전히. 내 경우에는 '뉴닉'과 '월스트리트 나우'만 메일로 받아보고 일체의 뉴스를 몰아낸다. 

 

 

메인 메뉴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들뢰즈는 어딘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져다가 이렇게 비틀어본다.

 

  "언젠가 세상은 인스타가 될 것이다."

 

  사실 말을 맞추기 위해서 저렇게 쓴 것일 뿐, 이미 세상은 인스타가 되었다. 특히 이른바 맛집 세상은 인스타의 횡행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가득하다. 이들을 대표할 수 있는 키워드는 '무분별'이다. 보여지는 것을 위해 다른 모든 요소를 아랑곳하지 않는 무분별. 20-30대 젊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맛집이 갖춰야 할 기본 요건은 역설적이게도 '맛'이 아니다. 나의 행복하고 풍요로운 순간을 친구들에게 뽐낼 수 있는 '비주얼', 그것만이 필요하다('분위기 맛집'이라는 공감각적 표현은 이 사태를 적절하게 요약하기에 충분한 표현이다) 그리고 세상의 인스타 맛집들은 거기에 응답했고, 위와 같은 피자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불고기 피자와 포테이토 피자를 시키고 물건을 보는 순간 기겁을 했다. 불고기와 포테이토 모두 건드리자 마자 후두두둑 바닥으로 떨어졌다. 불고기와 포테이토는 반찬으로 먹으라는 뜻일까. 그럴 수 밖에 없어서 열심히 포크로 불고기와 감자를 '걷어올렸다'. 치즈의 개입을 받지 못한 토핑은 당연히 건조했고, 연신 콜라를 들이켜서야 간신히 먹을 수 있었다. 토핑을 제외하고 본다면 못 만든 피자라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요소들 간의 '분별'이다.

 

  피자의 경우는 빵이라는 기본적인 정체성 하에 풍부한 치즈를 곁들여 감칠맛을 유도하는 음식이라는 본질(이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피자를 먹거나 만들지 않으면 될 일이다)을 저해하지 않는 가운데 다른 요소들이 다채로움을 구현하는 것이 그 '분별'일 것이다. 특이한 피자를 만들어 보겠다고 토핑을 산처럼 쌓는 것은 '무분별'이다. 그래서 피자집을 고르는 나만의 원칙/노하우랄게 하나 있는데 마르게리따 피자를 팔지 않는 피자집에는 가지 않는 것이다. 도우에 토마토 소스를 바르고 치즈를 뿌려 굽는다. 향신료는 바질하나. 이 날것의 피자를 자신있게 내놓을 수 없는 집은 피자에 마땅한 '분별'을 하고 있지 못하는 집일 가능성이 크다. 

 

 

심하게 만족스러운 고깃집을 발견했다. '삼겹살에 미나리' 컨셉은 최근 크게 유명해져서(근거가 있는 인기다. 삼겹살 특유의 기름맛과 누린내를 잡아주는데 미나리는 특효다) 특별할 것이 없지만, 이 집은 고기까지 '개념'이 잘 갖춰져있다. 우리나라 고기 구이의 큰 문제가 '커팅'에 있다. 종류와 부위를 불문하고 얇게 썰어서 육즙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애초에 앗아가기 때문이다. 스테이크가 맛있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두껍게 썰었기 때문에 질감의 대조를 맛볼 수 있고 폭삭 익어버리지 않은 고기의 육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얇게 썰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고기집도 스테이크와 같은 맛을 낼 수 있다. 숯불이라는 좋은 열원까지 제공해주는 상황에서 약간의 기술만 있다면 안될 것이 없다. 

사진에서처럼 이 집은 충분히 두껍게 내온다. 겉을 충분히 지지는 동시에 내부의 육즙은 그대로 지킬 수 있어서 (게다가 크게 홀이 바쁜 상황이 아니라면 직원이 구워준다) 지금까지 먹었던 돼지고기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고기의 품질 자체도 나무랄 것이 없다. '미나리' 삼겹살이라는 컨셉에도 충실히 복무하고 있다. 요청하면 추가비용 없이 얼마든 더 가져다주고, 종류도 무침과 생채소 두 가지 모두 갖추고 있다. 서비스로는 돼지 껍데기 한 장을 주는데, 요청하지 않으면 가져오지 않는 것 같으니 원하면 꼭 직원에게 상기시켜주도록 하자. 

 

재방문의사 충분히 있다. 거리만 문제가 아니라면, 고기집은 매번 여기로 가고 싶다. 

 

 

이화여대 앞에서 나름 유명한 '화상손만두'의 분점이라고. 저번에 고기튀김을 먹고 감동받은 기억이 있어 다른 메뉴를 더 먹어보았다. 볶음밥, 튀김만두, 가지볶음(사실상 튀김)이 모두 준수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메뉴가 온통 튀김이라 이 기름진 속을 달래줄 메뉴가 전무하다는 것. 공심채 볶음 등의 채소메뉴를 갖춰놓았으면 좋겠다. 

2020년 7월 1일 저녁 방문. 손님이 득시글했다. 이 근방 중화요리집 중에서는 가장 잘되는 듯. 인기 요인은 기본적으로 메뉴들이 맛도 있지만 양을 좀 줄이는 대신 가격을 낮추어 여러 종류 먹어 볼 수 있게 만들어 낸다는 점에 있는 듯 하다. 나는 마라탕만 먹는다. 밥까지시켜 2만원이면 만족스러운 마라 체험을 할 수 있다. 외부 주류 반입은 안된다니 참고, 대만에서 가져온 금문고량주를 가져가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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