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斷想 35

글쓰기, 행복의 X

내 행복의 방정식은 복잡하지 않았던 것 같다. 쓰고 있을 때 고되지만 행복하고, 쓰고 있지 않을 때 편안하지만 불행하다. 요즘 많이 느끼고 있다. 이전까지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문제도 자연스럽게 소멸되었다. 온갖 인터넷 접속 매체를 통한 딴짓거리가 그것인데, 행복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각이 들자마자 그런 것은 거들떠 보지 않게되었다. 사실 재미있어서 그렇게 빠져들었던 것도 아니고 다만 습관적으로 도망갈 목적으로 접했을 뿐이니까. 더 나아가서 생각하면, 세상에 온갖 자기 관리, 자기 계발 책들이 횡행한다는 것은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하는 상황에 처해있다는 징후인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나를 행복하고 만족시킬 수 있는 현장에 접속해있다면, 방법의 문제를 고민하지도 않..

단상斷想 2021.01.21

대학가기 전 고3 겨울 방학 때 해야 할 일

마지막 수업, 대학교 가기 전 겨울방학에 뭐 하면 좋을지 물어보는 학생이 있었다. 나는 확신에 차서, 부모님의 조수/인턴이 되어서 한두달동안 '청소-빨래-요리-정돈'의 프로세스를 완벽히 익히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역시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는 낌새다. 하지만 이건 효도의 문제가 아니라 찐 생존의 문제다. 이걸 알고 시작하는 20대와 모르고 시작하는 20대는 달라도 한참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단상斷想 2020.12.31

설민석과 연세대, 죄인과 판관?

연대, 설민석 논문표절 심의한다…학위 취소 가능성 - munhwa.com 연대, 설민석 논문표절 심의한다…학위 취소 가능성 연세대학교가 석사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한국사 스타 강사 설민석(50)씨에 대해 위원회를 꾸려 학위 수여.. www.munhwa.com 익숙한 멍석말이가 다시 펼쳐졌는데, 학위 논문 표절 사태의 프로세스는 대충 다음과 같다. "언론 폭로-당사자 GG-대학측의 심의-방송계에서 축출/대중의 관심 하락-대학측의 처분" 이 프로세스에서 내 눈에 좀 기묘하게 보이는건 대학 당국의 포지션이다. 표절 논란에 휩싸인 유명인이 등장하면 학위를 준 대학은 심판관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애초부터 이런 일탈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일의 책임은 대학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같이 나와서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단상斷想 2020.12.30

코로나19로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면

하루에도 몇 번씩 확진자와 사망자 수치를 들어야 하는 세상이라 문득 궁금해졌다. '죽음'에 관한 숫자의 전체상이. 이건 매년 통계청에서 발표되고 있는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되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세차게 얻어 맞았다. 연간 자살자 수. 평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매년 만삼천명정도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었던 것이다. 내 머릿속 예상과는 한참 벗어난 수치였다. 직접 확인하고 나니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섬뜩하고, 막막했다. 이런 세상에 살고 있었던 것이구나. 비교를 위해 수치 하나만 더 가져오자. 2020년 내내 우리 머릿속을 파고들었던 코로나 19, 이 질병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오늘까지 819명이다. 그래서 코로나가 별게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이 질병으로 인한 희생을 사회적..

단상斷想 2020.12.28

산타할아버지가 찾아오지 않은 이유

"교회 안다니는 사람은 못 받는거야" 왜 나는 크리스마스날 선물 받은 기억이 없을까 짚어 보다가 생각난 대화. 그리고 저 대답을 듣고나서 꽤 순순히 수긍했던 것도 기억이 났다. 부처님 오신 날에 매년 절에가서 밥먹고 떡얻어 먹으면서 성탄절에도 받으면 치사하니까 뭐 이런 사고 회로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교회를 다닐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친구 따라 한 번 가본 교회가 굉장히 피곤했던 기억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황금 같은 주말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 소셜한 활동이 너무 많았다. 이 그룹 저 그룹 옮겨 다니면서 활동하는 일에 또래들은 열광하는 것 같았지만 좀체 적응할 수가 없었다. 사람 많이 만나는 것 피곤해하는 성격은 아주 어릴 때부터 그대로 였던 것 같다.

단상斷想 2020.12.26

정말로 하고 싶은 수업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된 김에 시험이고 입시고 다 끝난 학생들 꼬셔서 할 수업의 인트로. 교육과정이나 시험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면, 내가 정말로 해보고 싶은 수업은 이런 식이다. (필기어플은 삼성노트, 나는 노트북과 태블릿으로 동시에 접속해서 필기는 태블릿으로 한다. 줌에 붙어있는 화이트보드는 절망적인 수준이다. 판서를 저장하고 이렇게 여기 저기 옮겨 놓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현실 판서보다 나은 점도 있다.) 후술...

단상斷想 2020.12.15

끔찍한 혼종 - 수능 한국사 20번

1) 언론 - 모든 이슈의 정쟁화 2) 여론 - 쉬우면 쉽다고 어려우면 어렵다고 난리 3) 당국 - 잘 낸거라고 자기변호하기 바쁨 "EBS연계율 70%, 교육과정 충실. 에헴!!" (덧: 킬러문항과 보나스 문제는 같은 이유 때문에 나옴. 사람들한테 이 구조를 납득시키든지, 아예 바꾸든지 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비슷하게 반복될 이슈) 4) 역사 - 당백전 이번 정권에서 발행한거라고 선동하면 얼마나 낚을 수 있을까.

단상斷想 2020.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