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斷想 35

루크레티우스가 그랬어... 사랑이란

“정념에 눈먼 모든 남자들에게 가장 흔한 결점은, 그들이 사랑하는 그녀들에게 그녀들이 갖지 않은 장점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 시험문제 내기 위해 지금까지 나눴던 자료를 다시 읽고 있다. 에피쿠로스 수업할 때 등장했던 인용문인데,고등학생들한테 별 얘길 다 했구나 싶다 ^^;; 루크레티우스는 사랑이란게 '욕망과 성적쾌락에 잘못된 견해가 덧붙여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중한 사람한테 들려줘야겠다. "루크레티우스라는 철학자가 그랬어..."

단상斷想 2020.12.03

제사와 주주총회

제사나 성묘를 비롯한 조선의 조상숭배 문화에 관한 역사적 서술을 읽다보면, 오늘날 기업의 '주주총회'와 유사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보게 된다. 제사의 구성원들은 기본적으로 가산 상속에 권한이 있는 자들로 한정된다. 이들은 모여서 혈통(lineage)이 부여한 고유한 권리를 확인하고, 자신의 몫을 확보하며, 의사결정권의 크기에 따라 집안의 대소사에 참여한다. 이들이 '순수하게' 조상에 대한 그리움이나 공경심만으로 와글와글 모여서 막대한 자원을 들여 저렇게 복잡다난한 의례를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따라서 오늘날 가장 쓸데없고, 예의 '전통'과도 무관한 일은 가산 상속의 여지가 전혀 없는 한미한(각자도생해야할 뿐인) 집안 구성원들끼리 모여서 홍동백서니 조율이시니 하며 얼굴을 붉히..

단상斷想 2020.11.24

[조선의 당쟁과 국왕]

"왜 조선의 당파는 근대 정당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영국의 당파는 근대 정당으로 발전했을까?"는 질문을 중심에 놓고 있지만, 나는 이 문제제기 자체가 다소 핀트가 어긋난 것이라고본다. 동아시아의 근대란 어떤 영역의 문제든, 내부적 요인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파나 정당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신, 본문에도 나오는 '타협정치'라는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다. '왜 조선의 당파는 매양 서로에 대한 살육으로 끝나는 당쟁을 멈출 수 없었으며, 영국의 당파는 그렇지 않았는가.' 기사에서는 두 가지 답을 내놓는데, 나도 수긍한다. 1) 의회가 있었던 영국에서는 당파가 대중을 설득하는데 애써야 했다(조선에서는 그런 무지랭이들은 신경쓰지 않아도 좋았다) 2) 조선의 당쟁은 군자-소인론..

단상斷想 2020.08.06

[주식과 부동산이 같은 '투자'라고 주장한다면]

부동산이고 주식이고 매한가지 '투자'인데 나의 탁월한 안목으로 올린 수익을 무슨 근거로 강탈해 가냐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두 경우는 아주 크게 다르다. 내가 주식에 넣은 돈은 회사의 자본금이 된다. 회사는 주주들이 넣은 돈을 가지고 사업을 굴려서 그 성패를 통해 시장에서 평가받는다. 주주의 이익은 회사의 성패와 직결되어 있다. 중고등학교 경제 교과서만 펼쳐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내용. 아무튼 요지는 (개미 입장에서 참으로 민망스럽기는 하지만) 회사의 발전에 투자자는 기여한 바가 있다는 것. 그래서 떡고물을 요구할 모양새가 나온다는 것. 그런데, 집 값이 올라간 와중에 투자자(집주인)는 무슨 기여를 했는지? "내가 열심히 집을 쓸고 닦고 관리했더니 1~2억씩 집 값이 오르더라"고 주장할 이는 없다고 ..

단상斷想 2020.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