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확진자와 사망자 수치를 들어야 하는 세상이라 문득 궁금해졌다. '죽음'에 관한 숫자의 전체상이. 이건 매년 통계청에서 발표되고 있는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되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세차게 얻어 맞았다. 연간 자살자 수.
평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매년 만삼천명정도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었던 것이다. 내 머릿속 예상과는 한참 벗어난 수치였다. 직접 확인하고 나니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섬뜩하고, 막막했다. 이런 세상에 살고 있었던 것이구나. 비교를 위해 수치 하나만 더 가져오자. 2020년 내내 우리 머릿속을 파고들었던 코로나 19, 이 질병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오늘까지 819명이다. 그래서 코로나가 별게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이 질병으로 인한 희생을 사회적 차원에서 위로해야 하고, 문명의 전환을 준비해야 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면, 그보다 열 배의 진정성과 조급함을 가지고 벌써 세상을 뒤짚어 엎었어야 했다.
일년에 만삼천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나라. 여기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아마 통계적으로 예상컨데, 올해는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다. 사람의 목숨이 똑같이 소중하고, 어느 누구도 불행하게 자신의 삶을 끝마치지 않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면, 코로나를 잡는 일보다 더 시급한 사태가 이미 존재해 왔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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