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는 기성세대들을 싸잡아 욕할 수 있는 광역 욕지거리로 보일 만큼 흔한 규정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세상에 돌아다니는 전형적인 꼰대 서사에 적극적으로 찬동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구시대의 가치는 '틀렸고', 자신들의 가치는 '옳은' 혹은 '계몽된' 것이기에 사회는 자신들의 믿는 식으로 점차 변해가야 하고, 기성세대들은 단순히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MZ라고 부르든 2030이라고 부르든)의 논지 전개는 특히 의심스럽다. 자신의 시대에만 타당했던 것을 보편적인 진리라고 강변하는(라떼는...) 것이 꼰대의 간편하고 핵심적인 정의라고 한다면 부장님이나 교수님의 행태만큼이나 어느 누구도 "나를 가르치려들지 말라"는 것을 신조처럼 읊조리는 요즘 것들의 확신과 의지 또한 꼰대스럽다고 해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러한 얘기를 본격적으로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이든것은, 꼰대질의 가장 큰 폐혜는 어디에, 그리고 누구에게 미치는 것일까 라는 점이다. 꼰대질의 객체가 되는 학생, 후임, 말단 직원이 물론 그 피해자이다. 하지만 꼰대질의 진정한 폐해는 주체인 자기 자신에게 미친다는 생각이다. 윗 자리에 앉아서 뭘하든 똑같이 나오는 월급 받으면서 아부나 듣고 내 잘난 맛에 취해 살다가 때되면 빠지겠다는 입장이라면 별 상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직을 내 뜻대로 이끌어서 성과(이익)을 내고 그로 인해서 나도 얻을 것을 확실히 얻어내야 하는 입장이라면 꼰대질은 일단 자기 자신에게 큰 손해다.
조직의 진상에 대한 양질의 정보가 자신에게 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폐해의 핵심이 아닌가 한다. 사람들은 다 자기 만큼은 똑똑하고 이기적이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도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비난과 남탓으로 일관하는 꼰대력 충만한 윗 사람에게는 진심으로 무언갈 말해보겠다는 생각을 접기 마련이다. 그것만이 자신을 마수로부터 보호하고 조직에 적당히 붙어있게 만드는 길이라고 직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에서는 적당히 그가 듣기 좋아하는 말을 서비스로 던져주고 나서 알맹이 있는 얘기는 믿을 만한 동료들과 나누는 일을 으레 보게 된다. 이런 일들이 누적되다보면, 꼰대보스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존중하며, 자신은 구성원을 속속들이 알며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자기빼고 모든 사람이 알만한 간단한 실상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눈뜬 장님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꼰대짓에서 탈피해야 하는 이유는 MZ, 2030에게 힙하게 보이기 위해서라고 보이지 않는다. 쓸만한 조직에서 일하고 싶다면, 거기서 자신 또한 성장하고 싶다면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꼰대짓에서는 손을 떼야 현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