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핵심 내용이 무엇일까요?” - 스님의하루 (jungto.org)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핵심 내용이 무엇일까요?” - 스님의하루

2022.4.7 옥수수 심기, 정토불교대학 실천적불교사상 4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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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 연관도 살펴보겠습니다. 옛날에는 우주가 영원하다고 생각했지만 과학의 발달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지구는 탄생한 지 45억 년 정도 되었고, 태양은 46억 년 정도 되었습니다.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빅뱅으로 우주가 형성됐고, 이 우주 속에는 수많은 별들이 지금도 형성되고 소멸하고 있습니다. 우주에 있는 성간 물질이 모여서 주계열성이 되고, 그러다가 거성이 되고 폭발해서 백색왜성이 됩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불꽃놀이를 하듯이 우주에는 수많은 별들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주는 성주괴공한다. 이루어지고 머무르고 붕괴되고 사라진다. 생명은 생노병사한다. 나고 늙고 병들어 죽는다. 정신은 생주이멸한다. 한 생각 일어나고 머무르고 흩어지고 사라진다.’

과학적인 증거가 나오기 훨씬 전인 2600년 전에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물질세계, 생명세계, 정신세계를 포함하여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항상하는 것은 없어요. 우리가 무언가 집착한다는 것은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영원한 것이 있다고 생각할 때입니다. 집착은 괴로움의 원인이 됩니다.

학교가 아닌 곳에서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고 있는 친구와 대화하다가 요즈음 학생들의 학력 저하에 관한 주제로 얘기가 나왔다. 친구가 든 예시는 어휘력에 관련된 것이었다. '이지적理智的'이라는 말을 들은 친구가 "그거 이기적 잘못 쓴 거 아님?", "쉽다는easy 뜻임?" 이라고 자기들끼리 어리둥절하는 모습을 보고 살짝 충격을 받았다고. 그렇게 학업 수준이 낮은 친구들도 아니었기 때문에. 나도 수업하면서 관찰한 현상이기도 하고 최근 이 비슷한 일이 뉴스거리가 된 일도 있기 때문에(대표적으로 '무운' , '외람되오나' 논란. 그러고 보니 모두 기자분들) 내 생각을 정리해두고 싶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문제는 전반적인 학력 저하로 설명하기 보다 한자를 베이스의 '표의문자'라는 우리말의 정체가 점차 망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느 시대에나 '독서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계층은 한정적이었고 문맹의 수준을 벗어났을 뿐 이러한 정황은 현대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하루키는 10프로 정도라고 했었나). 그러니까 모국어라 할지라도 어지간한 사람들에게 일상생활에서 모르는 단어 무시로 튀어나오는 일은 그리 특기할 일이 아니라는 것.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모른다'는 사실 자체보다, 몰랐다는 걸 알았을 때 다음 스텝을 어떻게 밟느냐이다. 주머니에 든 스마트폰으로 때려보는 게 가장 좋겠지만 이 정도면 상당한 학구열을 가진 사람이니 걱정할게 없고, "한자 베이스의 '표의문자'" 라는 앞선 규정을 염두에 둘 때 실행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 안전한 방법은 단어 낱글자의 한자를 전반적인 문맥에 비추어 추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지적'으로 예를 든다면, 저 단어가 쓰인 맥락은 뭔가 스마트한 일과 관련이 있었을테고 설사 정확한 한자를 모른다고 해도 그런 상황에서 쓰인 '이理'라면 '이성', '합리' 등과 같은 계열에 있는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실제로도 그렇고)

그런데 많은 학생들은 이런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는다. 낱글자의 뜻이 아니라 음가를 기준으로 자신이 아는 어휘 풀에서 비슷한 걸 찾아낸 뒤 의미 또한 그와 비슷하리라고 멋대로 추측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니까 단어를 각각의 의미값을 가진 낱글자의 합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뭉뚱그려 하나의 소리값을 의미 단위로 인식하는 것. '理智적'이라고 입력했는데 'easy적'이라고 출력되는 프로세스가 이와 같을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받아쓰기를 하면 소리나는 대로 글자를 옮겨적어 놓고 틀렸다는 지적을 받으면 대부분 도대체 뭐가 문제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이 또한 그 증거다.

'무운' 사태나 '외람'된 기자님 머릿 속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설마 "운이 없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을리 만무하지만, 자신이 아는 가장 쉬운 '무無'자를 골라 그 자리에서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멋대로 믿어버린 것이다. '외람'된 기자님의 경우 나는 그분이 "나의 행동이나 생각이 분수에 지나치지만"이라는 뜻을 염두에 두고 저 말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저기여" 좀 격을 높이면 "실례지만" 정도의 뜻으로 생각하고 쓴 것이 아닐까? 권력에 대한 기자들의 저자세를 예시한다고 보기엔 너무 나간 것 같다(그것 말고도 다른 무수한 증거들이 있...)

그게 학력저하 현상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거창하게 문제 설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 애초에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것을 두고 학력저하 운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자 베이스의 말을 쓰고 있으면서 매우 협소한 낱글자 풀을 가지고 있다는 문제일 뿐이다. '우리말 일상어에 자주 쓰이는 낱글자의 원래 뜻이 무엇이고 그 말과 같은 계열로 묶일 수 있는 단어가 무엇인지만 최대한 이른 시기에 배울 수 있다면 음가로 대충 때려맞추는 불행한 사태를 아주 쉽게 방지할 수 있다. 어려운 말 쓰는 것을 고리타분하고 잘난체하는 것으로 매도하고 때와 장소 나이 불문 베이비 토킹하는 것을 귀엽고 따듯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반지성적 경향 또한 분명히 한 몫 할테지만 그건 따로 얘기해야할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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