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斷想

조선시대 민중의 상대적 박탈감?

걷는생각 2022. 2. 23. 00:59

얼마전 짝으로부터, "조선시대 평민들은 대궐같은 집에서 호의호식하는 양반들 보면서 박탈감 같은 거 안느꼈을까?" 질문 받은 적이 있는데 이 인용문으로 내 답변을 대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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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것이 아슬아슬한 사람들은 삶의 목표가 뚜렷하다. 먹을 것과 누워 잘 곳을 구하느라 애면글면하노라면 허무감 같은 것은 끼어들 틈이 없다. 그들의 목표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다. 매 끼니가 하나의 성취이며 배부른 상태로 잠자리에 드는 것은 하나의 승리요 어쩌다 생기는 공돈은 기적이다. 그런 사람들한테 '인생의 의미와 존엄성을 부여하며 삶의 용기를 줄 초개인적 목표' 따위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 입에 풀칠하기 위해 해뜰 때부터 해질 때까지 노동하는 사람들은 불평불만도, 꿈도 키우지 못한다. 중국의 대중이 반항적이지 않은 한 가지 이유는 죽자 살자 노력해야 간신히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한 사투는 '역동적이기는 커녕 정적이다.'"

에릭 호퍼, [맹신자들], 궁리, p.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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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주 나쁜 방식으로 이 통찰을 써먹자면, 어떻게 절박하고 비참한 처지에 놓인 사람으로 하여금 보수(라 칭하는) 정당에 계속 표를 던지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이기도 하다.

* 먹고 살기에'만' 매달리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