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의 과학
과학, 의학, 인류학을 오가며 먹기를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의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밝혀내고, 비만과 음식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바로잡는다. 한마디로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먹고 있
www.aladin.co.kr
머리말
1부: 에너지 수업
우리 몸은 체중을 어떻게 조절할까
p. 122 다이어트를 하면 빠진 체중이 다시 늘고 심지어 빠진 것보다 더 늘어나는 일이 예외 없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우리가 다이어트를 한 번 할 때마다 뇌가 체중 설정값을 계산할 때 쓰는 데이터가 추가된다고 생각한다. 뇌는 우리가 자유 의지로 음식을 덜 먹는지, 식량이 부족해서 못 먹는지 구분하지 못한다. ... 이러한 상황은 뇌가 앞으로 저장할 에너지의 양을 계산할 때 쓰는 근거 데이터에 추가된다. 굶주림이든 다이어트든 과거에 적은 열량으로 견뎌야 했던 경험이 많을수록 뇌가 무의식적으로 체중 설정값을 높게 조절한다. 만의 하나라도 다음에 또 다이어트나 기근으로 인체에 심각한 영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p. 162 과학계는 렙틴 농도가 높아지면 뇌로 메시지가 전달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는 결론을 내렸다. 렙틴이 몸에 아주 많은데도 뇌가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렙틴 농도가 이와 같은 역치에 도달하면 '렙틴 저항성'이라 불리는 상태가 된다. 뇌는 눈이 멀어버린 것처럼 렙틴의 농도가 높아도 감지하지 못하고 따라서 현재 저장고에 지방이 가득하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오히려 정반대로 렙틴의 농도가 실제보다 훨씬 더 낮고 지금 무척 굶주린 상태라고 해석한다. ... 체중이 늘어날 수록 허기도 깊어진다. 그래서 음식을 더 많이 먹어치우게 되고 체중은 더더욱 늘어난다. 체중이 늘어날수록 렙틴 저항성도 커지는 이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면 막다른 골목, 완전한 비만에 이른다.
1. 대사학의 두 가지 법칙
덜 먹고 더 움직이면 빠질까
2. 신성불가침의 영역
태초에 체중 설정값이 있었다
3. 다이어트와 리얼리티 쇼
굶어서 빼면 살찌기 쉬운 몸이 된다
4. 우리는 왜 먹을까
식욕과 포만감이 드는 이유
5. 대식가의 비밀
살을 찌우는 호르몬이 있다
6. 최후의 수단
체중감량 수술을 받다
2부: 무엇이 식욕을 유발할까
환경이 우리 몸을 만든다
p. 195 약 190만년 전부터 침팬지 중 일부가 남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뒷다리로 걷기 시작하더니 그 자세로 점점 더 오래 걸었다. 곧게 선 이 새로운 자세가 자리를 잡자 먼 거리를 보는 시력이 향상됐다. 이들은 두 발로 열대우림을 벗어나서 초원지대를 돌아다니며 사냥을 했고 새로운 곳을 찾아 세계 곳곳을 탐험하며 정착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키는 더 커졌다.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체력과 지구력 덕분에 굉장히 효율적으로 달릴 줄도 알게 됐다. 이 능력을 발휘하여 먹잇감이 녹초가 될 때까지 쫓았다. 그만큼 사냥 실력이 발전했고 자연히 고기와 단백질을 더 많이 먹기 시작했다. 이 생물종의 이름은 서 있는 사람, 호모 에렉투스다.
p. 201 인류의 조상은 불 에너지를 영리하게 활용하여 음식을 익히고 쪼개고 소화하기 쉽게 만들었다. 날 음식을 먹으면 익힌 음식을 먹을 때보다 소화계가 에어지를 더 많이 쓴다. 익힌 음식을 먹을 때보다 소화계가 에너지를 더 많이 쓴다. 익힌 음식은 미리 분해된 음식과 같아서 효율이 낮은 장으로도 날것을 먹을 때와 같은 에너지를 끌어올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음식을 익혀 먹는 방법을 발견한 것은 인간이 다른 생물과 차별화된 진화적 이점을 누리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음식을 익혀 먹기 시작하면서 먹는 음식의 질이 높어졌고 음식을 소화시키느라 장이 아주 길어야 할 필요성도 사라졌다. 장이 짧아지자 한정된 에너지 예산으로 뇌의 크기를 더 키울 수 잇는 대사적인 여유가 생겼다. 이러한 발달이 없었다면 우리는 현재와 같은 인간으로 진화할 수 없었을 것이다.
p. 243 어떻게 당신의 이론을 입증할 수 있을까? 머리를 잘 굴려서 실험을 한 번이 아닌 10번 실시하는 방법이 있다. 과학자 10명에게 전부 돈을 지불하고 자원자 20명을 모집해 연구하게 한다. ... 10건의 실험 결과를 전부 다 밝혀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하물며 아무런 변화도 나타나지 않은 결과를 굳이 공개할 필요가 있을까. 10건 중 한 건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으니, 해당 연구의 과학자에게 학술지에 결과를 발표하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나머지 연구 아홉건은 폐기한다. 논문이 발표될 쯤에 당신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기자에게 곧 영양과 건강에 관한 재미있는 논문이 나올 예정이니 참고하라고 슬쩍 귀띔한다. 논문이 나온 다음날, 신문에 이런 헤드라인이 실린다. '우유를 마시면 달리기가 빨라진다!'
p. 304 소에게 곡물을 먹이면 그 곡물에 함유된 오메가-6는 다량으로 얻지만 원래라면 풀에서 얻어야 하는 오메가-3는 얻지 못한다. 그러므로 소의 먹이가 바뀌면 소에서 얻는 식육의 영양적 품질에도 영향이 발생한다. 즉 오메가-3는 줄고 오메가-6는 늘어난다. 어류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우리가 슈퍼마켓에서 구입하는 생선은 대부분 양식장에서 키운 것이고, 소와 사람처럼 물고기 역시 원래 자연에서 먹이로 삼는 플랑크톤 대신 곡물을 먹으면 몸집이 커진다. 먹이 사슬의 맨 위에 자리한 인간은 곡물을 먹고 자란 동물의 고기나 생선을 먹게 되므로, 인체 조직의 주요한 오메가 지방산이 오메가-3에서 오메가-6로 바뀐다.
p. 320 나는 계절마다 달라지는 먹이 역시 분명 동물의 행동과 생명 활동 기능을 변화시키며, 인간도 그러한 동물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이 이론대로라면 오케가-3보다 오메가-6의 비율의 더 높아지면 앞으로 다가올 혹독한 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원초적 보호 반응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정은 이치에 맞는 것 같다. 겨울이 다가오면 오메가 지방산이 식욕을 높이는 신호로 작용한다. 이 신호에 따라 우리 몸은 다급히 음식을 찾고 음식을 더욱 음미하고 즐기게 된다. 대사에 낭비가 없으려면 새어나가는 에너지를 줄여야 하고 세포막은 대사적으로 더 안정되어야 한다. 겨울에 발생할 수 있는 감염에 맞서고 조직을 치유할 수 있도록 면역계도 강화된다. 오메가-3대비 오메가-6의 비율이 증가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여 혈당이 높아진다. 일부 학자들은 이 현상이 아주 먼 옛날 추운 날시에 몸이 얼지 않도록 동물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고대의 생물학적 생존 기능이라고 추정한다.
p. 336 시리얼이나 토스트, 오렌지 주스 등 설탕이 듬뿍 든 고도로 정제된 음식을 아침 식사로 섭취하면 몸 속에 당이 금방 치솟는다. 그러다 오전 중반이 되면 혈당이 곤두박질친다. 인슐린이 대량 분비되어 혈액의 당을 지방 세포로 다보냈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는 당을 더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 1977년에 미국 정부가 맥거번 보고서로 식이 지침을 발표하기 전에 영국에서 아침 식사로 기름에 구운 달걀과 베이컨, 소시지를 푸짐하게 먹는 사람이 많았다. 정통 영국식 아침 메뉴다. 이렇게 먹고 나면 대부분 오전 시간을 거뜬하게 보낼 수 있었고 점심 식사도 간단하게 먹으면 될 정도로 든든했다. 혈당이 아슬아슬하게 치솟거나 뒤이어 기겁할 정도로 뚝 떨어지는 변화는 없었다.
p. 339 고도로 가동된 식품을 다량 섭취하고 간식으로 식욕을 채우는 새로운 문화가 자리를 잡은 결과 몸속에 마구 흘러들어오는 포도당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인슐린의 총량도 증가했다. 그리고 이제 알겠지만 인슐린의 총량은 체중 설정값에 그대로 반영된다. 인슐린의 평균 농도가 몇 주 동안 높게 유지되면 체중 설정값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체중이 늘어난다. 반대로 몇 주간 낮게 유지되면 체중 설정값이 낮아지고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체중이 감소한다.
p. 362 자, 다이어트는 하지 않고 직접 만든 양질의 음식을 먹고 일주일에 두 번씩 운동을 시작한다. 먹는 음식이 몇 칼로린지 계산하지 않는다. 그저 두어가지 습관만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꾼다. 이렇게 하면 아마도 체중이 극적으로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 하지만 개선된 식생활과 운동 습관을 꾸준히 이어가면 몇 개월 후 마침내 체중 조절 센터에 변화를 알리는 신호가 도달한다. 그 결과 체중 설정값이 낮아지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체중이 4.5킬로 그램 정도 빠진다. 1년간 지속하면 10킬로 그램이 빠질 수 있다. 다이어트로 살을 뺐을 때와 달리 인체는 체중 변화에 만족한다. 현재 체중이 인체가 정한 설정값과 일치하므로 극심한 허기를 느끼거나 대사율이 낮아지는 일도 없다. 날씬해졌지만 대사율은 오히려 증가하고 시간이 갈수록 체중 저절은 더욱 수월해진다. 인체는 현재 체중에 만족하고 이 평온함은 유지된다.
7. 요리와 인간
요리가 진화를 이끌다
8. 문제의 근원
영약학이 끔찍한 식습관을 권장하다
9. 오메가 코드
범인은 영양 결핍일지 모른다
10. 설탕 롤러코스터
설탕 한 티스푼이면 충분하다
11. 프랑스의 역설
건강하게 섭취하는 포화지방
12. 기적의 다이어트 책
지금 당장 다이어트를 관둬라
13. 살찌는 터전
삶의 변화와 체중 설정값의 변화의 관계
3부: 현실적인 프로젝트
건강한 삶을 위해
14. 준비 단계
집과 마음을 준비하라
15. 많이 먹고, 많이 쉬기
인슐린과 코르티솔을 낮춰라
16. 자기만의 블루존
세포와 근육의 대사율을 개선하자
맺음말: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이 먹을까
부록: 콜레스테롤 논쟁
*씨앗 문장